밤 11시.
회사 계좌를 열어보는 것이 요즘 내 일과의 마지막이다.
숫자는 늘 같고, 들어올 돈은 기약 없다.
이번 달 직원 월급이 아직도 지급되지 못했다.
회계감사 비용도 아직 손도 못 댔다.
대표라는 이름이 이토록 부끄럽고, 무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버틸 것인가'만 생각한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
그런데도 내가 회사를 닫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 하나 무너지면, 나를 믿고 있는 사람도 무너질까 봐.
직원들은 말없이 기다려준다. 오히려 “사장님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다.
그 말에 울컥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곧 해결될 거야.” 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곧’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엔 누나가 연락 왔다.
학원 운영이 너무 어려워 돈을 좀 빌려달라고.
그런데 나도 줄 돈이 없다.
이 상황에서 내가 누굴 돕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의 나는 실패한 사장일지 몰라도,
내일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무너지지 않으면, 살아있으면,
결국 이 어둠도 지나간다고 믿는다.
오늘도 그 믿음 하나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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