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직원이 컴퓨터를 끄고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여느 때처럼 웃으며 “수고했어”라고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나도 퇴근하고 싶다.
그런데 일도 없는데, 왜 나는 굳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
“사장이 먼저 퇴근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혹시 내가 먼저 나가면 “놀고 먹는 사장”이라고 생각할까 봐,
혹은 “회사가 힘드니 일찍 나가는구나”라고 오해받을까 봐.
그 두려움이 내가 퇴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표니까, 당연히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가끔은 이 자리가 너무 무겁다.
남들 눈치를 보며 책상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정말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 하나 때문에, 책임감 하나 때문에
오늘도 나는 퇴근을 미룬다.
사무실 불을 끌 때면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남아 있는 느낌이 든다.
직원은 퇴근했고, 나는 아직도 여기 있다.
퇴근하지 못한 이유가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디부터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난 가장 늦게 나간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무너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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