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으로 읽는 시 한 편 6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이해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이해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존재는 불려지는 순간 의미가 된다.누군가의 이름을 진심으로 부를 때,그 사람은 나에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어느 날 ‘꽃’이 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그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일이고,그 존재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그 사..

「꽃」 - 김춘수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존재는 불려지는 순간 의미가 된다.누군가의 이름을 진심으로 부를 때,그 사람은 나에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어느 날 ‘꽃’이 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그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일이고,그 존재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그 사람의 마음에 오래도록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바람과 비는꽃을 시들게도 하지만,그보다 먼저 꽃을 피워내기도 한다. 살다 보면흔들리고 젖는 날들이 많죠. 괜찮다고 위로받고 싶고,나는 왜 이렇게 약한가 자책하기도 하지만,사실 그 모든 '흔들림' 속에서우리는 조금씩 더 곧고,더 따뜻하게 피어나고 있는 거예요. 도종환 시인의 이 시는“흔들리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에 대한가장 부드러운 응원입니다.

「질문을 사랑하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질문을 사랑하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 속에 풀리지 않는의문에 대해 인내하라질문 그 자체를 사랑하라답을 구하지 말라 그것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답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핵심은 모든 것을 살아가는 것이다.지금 질문들을 살아라 그러면서서히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먼 훗날 그 답을 살고 있을 것이다. 중에서 우리는 늘 정답을 원하지만,릴케는 질문 속에 살아보라고 말한다. 삶에는 뚜렷한 설명이 없고,때로는 의문만이 가득한 시간들이 찾아오죠. 그럴 때무작정 답을 찾아 헤매기보다는,그 질문과 함께 머물며천천히, 자신만의 호흡으로 살아보라고릴케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러다 보면어느 날, 그 질문에 대한 ‘삶 자체가’조용한 답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방문객」 - 정현종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그의 마음속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에나는 그 사람을 조심스럽게 맞이해야 한다. 누군가 내 삶에 들어온다는 일은,내 작은 방 안에 우주 하나가 들어서는 일이다. 그저 스쳐가는 인연인 줄 알았던 사람이알고 보면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결에 금을 내기도 하고,반대로 그 금을 살포시 감싸 안아더 단단한 무늬로 남겨주기도 하지.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건,내 마음의 문을 열고그의 이야기를, 그의 고단함을,그의 꿈과 무너진 것들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오늘,나는 조심스럽게 사람을 맞이하고 싶다.그가 내게 잠시 머물다 가는 '방문객'이라 해도그 순간은 내..

「금 간 꽃병」 - 쉴리 프뤼돔

가끔 어떤 시는, 마음 깊은 곳에 살며시 금이 가게 만든다.프랑스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쉴리 프뤼돔(Sully Prudhomme)"의 시「금 간 꽃병(Le Vase Brisé)」이 바로 그런 시다.그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과 내면의 상처를 꽃병이라는 상징을 통해 고요하고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시의 첫 구절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준다.겉보기엔 여전히 아름다워 보이는 꽃병.그러나 부채의 아주 가벼운 스침으로 생긴 ‘작은 금’은 결국 꽃을 시들게 만들고, 물을 스며나가게 한다.이처럼 사랑도 관계도, 아주 사소한 상처 하나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금 간 꽃병」 - 쉴리 프뤼돔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살짝 스쳤을 뿐이겠지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