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
서울 외곽의 주택가 골목 끝,
오토바이 배달 한 대가 지나가면 금방 조용해지는 그런 동네.
가게 간판도 화려하지 않고,
매장 안 테이블은 4개,
점심과 저녁 장사만 한다.
월요일 오전 10시,
그 친구는 항상처럼 가게 셔터를 올린다.
전날 장사가 잘됐든 안 됐든,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채소 손질부터 육수 끓이기까지 혼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날 따라 손님이 없었다.
점심 장사 끝날 무렵,
에어컨 소리만 웅웅 울리는 텅 빈 가게에
빛은 들어오는데 인기척은 없었다.
카운터엔 카드 영수증 한 장.
15,000원짜리 덮밥 하나.
친구는 조용히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근데 이상하게도, 또 문을 닫긴 싫네."
왜 굳이 문을 열어야 하냐고 묻는 나에게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익숙하게 작은 닭다리 하나를 굽고,
피클통을 채우면서 말했다.
"가끔 그런 날이 있어.
정말 우연히, 단골이 찾아오는 날.
그날 내가 문을 닫았으면…
그 사람은 다음부턴 안 올지도 몰라."
그 말이
가슴 한구석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장사는 단순히 물건을 팔고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받고,
또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한 자리 지킴이다.
배달 플랫폼에 묻혀 보이지 않는 작은 식당이지만,
그 안에서 친구는 누군가의 ‘익숙한 밥집’이 되기 위해
한 그릇 한 그릇을 정성껏 내고 있었다.
문을 닫지 않는 이유는,
'혹시라도 올지 모를 단 한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 한 사람이 다시 한 달을 버티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장사가 안 돼도 문을 여는 자영업을 하시는 사장님들의 마음을 처음 알았다.
버티는 건,
결국 손님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일이다.
조금 더 기다려보는 일.
그리고 무너진 하루 위에 다시 기대를 쌓는 일.
친구는 오늘도 셔터를 올렸다.
그게 ‘장사’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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