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 나는 쿠팡이츠 배달기사가 되었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고, 주변 사람들 역시 내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업이 어려워졌고, 직원들의 월급과 회사의 고정 비용을 충당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무너져버린 내 가정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책임감을 지켜내야 했다.
당시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이쁜 내 아이를 얻었고 동시에 이혼의 아픔을 겪은 직후였다.
가정이 무너지고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빠졌고, 회사마저 휘청거리고 있었다.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자존심과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나는 쿠팡이츠 배달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되도않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망설여졌다.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고민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첫날은 모든 것이 어색했다. 앱 사용법도 제대로 몰랐고, 길도 익숙하지 않아 헤매기 일쑤였다. 음식을 배달하면서 혹시나 내용물이 쏟아질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를 달렸다.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에서도,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배달 일을 이어나갔다. 몸은 혹사당했고,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고, 아침이 되면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이 내게 더 이상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소중한 경험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배달하는 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게 되었고, 고객들이 남기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매일 거리를 누비며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 속에서, 나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되었다.
이혼이라는 아픔 속에서 힘겹게 일하며 나 자신에게 계속 물었다.
‘왜 내가 이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나는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고, 이 모든 과정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찾고 세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버틴 1년 반 덕분에 나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힘든 시간들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고 물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돈을 버는 일에 귀천이 없고, 내것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배달기사로 보낸 1년 반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더욱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버티니까 사장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원 월급도 못 주는 대표의 밤 – 현실을 기록하다 (0) | 2025.05.14 |
---|---|
행운을 부르는 일곱 가지 습관 (0) | 2025.03.11 |
동남아에서 사고가 났다면, 한국식 처리는 금물! (2) | 2025.03.11 |
해외사업, 오롯이 나를 믿어야 하는 이유 (2) | 2025.03.11 |
일확천금의 유혹 (0) | 2025.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