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니까 사장이다

직원보다 먼저 퇴근 못하는 이유

Rabbit_J 2025. 5. 14. 20:00

 

 

오후 6시.

직원이 컴퓨터를 끄고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여느 때처럼 웃으며 “수고했어”라고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나도 퇴근하고 싶다.
그런데 일도 없는데, 왜 나는 굳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

 

“사장이 먼저 퇴근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혹시 내가 먼저 나가면 “놀고 먹는 사장”이라고 생각할까 봐,
혹은 “회사가 힘드니 일찍 나가는구나”라고 오해받을까 봐.

 

그 두려움이 내가 퇴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표니까, 당연히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가끔은 이 자리가 너무 무겁다.

 

남들 눈치를 보며 책상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정말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존심 하나 때문에, 책임감 하나 때문에
오늘도 나는 퇴근을 미룬다.

 

사무실 불을 끌 때면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남아 있는 느낌이 든다.

 

직원은 퇴근했고, 나는 아직도 여기 있다.

퇴근하지 못한 이유가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디부터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난 가장 늦게 나간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무너질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