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의 유혹

 

요즘 코인 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다.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과 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공존하는 곳이다.

 

나는 비교적 신중한 편이라 이런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않는 성격인데, 그런 나조차도 사기를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는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한 지인과 술자리에서 코인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보다 한 살 많은 한국인이었고, 사업가처럼 보였다.

 

해외에서 여러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코인 시장에서도 큰돈을 벌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저 '코인 투자 좀 했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익 인증과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있자니 점점 관심이 생겼다.

 

그는 내게 "요즘 이 코인이 확실히 뜰 거야. 내부자 정보라서 아무한테나 안 알려주는데 너한테만 특별히 말해주는 거야"라고 말했다.익숙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실시간으로 몇 개의 거래 내역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갔다. 또, 텔레그램에 있는 비공개 투자 그룹에도 초대해 주었는데, 거기에는 이미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 그룹에서는 매일 코인 시장 분석, 차트 해석, 그리고 특정 코인의 가격 변동 예측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룹 내에서 여러 명이 "이번에 투자한 코인이 3배 뛰었어!"라며 실시간으로 수익을 인증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내 마음이 흔들렸다. 이들은 너무나도 정교하게 계획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룹의 분위기는 '우리는 내부자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나만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들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주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마치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이쯤 되니 나도 소액이라도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큰돈을 넣기엔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1000달러 정도를 넣고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나는 이체를 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가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해당 코인이 실제로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이들이 추천하는 코인은 유명한 거래소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해외 거래소에서만 거래되고 있었다.

게다가 검색해보니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코인이 사기 피해를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두 번째로, 텔레그램 그룹에 있는 몇몇 멤버들의 프로필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일부 멤버들의 프로필 사진이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이미지와 동일했다.

심지어 그들이 인증한 수익 인증샷도 몇 개의 계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즉, 조작된 가짜 계정이 많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코인의 개발팀과 백서를 찾아봤다.

보통 제대로 된 프로젝트라면 공식 홈페이지에 팀원들의 이력과 로드맵이 자세히 나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코인의 개발팀 정보는 매우 빈약했고, 백서라고 올라온 문서도 대충 번역기를 돌린 듯한 엉성한 문장이었다.

 

이 모든 조사를 마친 후, 나는 결국 투자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이후였다.

며칠 후, 해당 코인이 폭등했다는 소식이 텔레그램 그룹에 올라왔다.

"지금 안 들어오면 늦는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기존 투자자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스크린샷이 공유되었다. 나는 순간 다시 흔들렸지만, 이미 사기 가능성을 확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해당 코인은 급락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예 거래소에서 사라졌다.

텔레그램 그룹도 사라졌고,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피해자들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잃었다고 했다.

나는 간발의 차이로 큰 피해를 면한 셈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돈을 벌 기회는 많지만, 사기꾼들은 그보다 더 많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사람 조심해야 하는 부분'과 '내부자 정보'나 '이건 확실한 기회'라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또한, 돈을 맡기기 전에 최소한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더 욕심을 냈다면? 만약 '설마'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투자했다면?

나는 지금 피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인 시장은 기회가 많은 곳이지만, 동시에 위험도 넘쳐나는 곳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절대 '쉬운 돈벌이'에 속지 말길 바란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만약 누군가 '확실한 투자'를 권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