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으로 읽는 시 한 편
「꽃」 - 김춘수
Rabbit_J
2025. 5. 19. 18:55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존재는 불려지는 순간 의미가 된다.
누군가의 이름을 진심으로 부를 때,
그 사람은 나에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어느 날 ‘꽃’이 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그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일이고,
그 존재를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
그 사람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무늬처럼.
당신은 요즘 누구의 이름을
가장 따뜻하게 불러보고 있나요?
혹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